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책의 제목부터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는 타인에게 비치고 타인을 의식하며 평가받는 데에 익숙한 메커니즘 속에서 각자 바픈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본인 걱정은 뒷전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본인을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 즉 자존감의 결여를 큰 문제로 삼고 있다. 물론 우리 모든 국민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본인의 삶이 대우 만족스러워 삶의 주체가 되는 자신을 사랑해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지독한 나르시시즘에 빠져 본인단을 사랑하는 세상에 갇혀 살아가기도 한다.

작가는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의 원장 선생님으로,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인식을 조금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바꾸려 노력하는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이다. 블로그, 메시지 등으로 진료를 봐주며 '윤답장 선생님'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현대의 경쟁 사회는 사회인의 시야를 억제하고 소수만 허락된 성공의 길을 목표로 전방만을 주시하게 했다. 결과를 위한 과정이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신경 쓰지 못하는 다양한 결과가 도출되기도 하는데 사랑, 인간관계, 감정, 정신건강 등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삶의 주체가 되는 본인이 얼마나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 신경도 못 쓰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본인의 모습은 누가 보듬어줄 수 있을까…. 저자는 그러한 이들의 상처입은 자존감에 붕대를 감아주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작가가 말하는 '자존감'의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자신을 어떻게 평가 하는가(Self-esteem)'이다. 점수로 나타낼 수 있으며 높낮이로 표현될 수도 있다. '자존감을 어떻게 수치로 표현하지?'라는 의문점이 들 때쯤, 작가는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느끼는 '자기효능감', 자기 멋대로 하고 싶은 본능을 의미하는 '자기조절감', 스스로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자기 안전감' 등의 세 가지 요소가 자존감의 기본적인 축이 되어준다고 말한다. 세 가지 축을 기준으로 다시 생각 해봤을 때 자존감은 분명히 수치화할 수 있고, 이 수치에 따라 자신이 본인을 어떻게평가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작가는 자존감 수업을 총 7장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1장에서는 자존감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를 다뤘고, 2~3장은 자존감 결여로 생기는 사랑, 이별, 인간관계의 문제를, 4~5장은 그와 관련된 감정을, 6~7장은 자존감을더욱 고양하는 방법에 대해 논한다. 그리고는 각 장이 마무리되는 지점에 틈틈이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활동을 일러준다. 이를테면, '나의 장단점을 세 가지씩 적어보기'와 같은, 특별하진 않지만 확실한 실천방안을제시한다. 작가는 자존감 회복이 노력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는 일 또한 쉽지 않음을 지적한다.

이 모순된 이야기들 속에서 작가가 내놓은 해답이 바로 이 책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마음에 생겨버린 공허함을 메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알려주고, 이렇다 할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일상적이고 소소한 경험 담을 통해 우리의 자존감 향상을 코칭하고자 한다<자존감 수업>의 '자존감 트레이너 '로서 말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자존감이 낮았다. 그렇게 생각한다. 객관적이지 않은 기준이니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그 기준이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인간관계나 사랑 등으로 자주 열병을 앓았다.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라 자존감이 무슨 상관인가 싶겠지만 문제는 그 이후이다. 사람에게 받는 사랑이나 상처로 훼손되는 것이 감정이며 자존감이다. 그 감정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되는 자존감은 마치 놀이기구처럼 사람의 상태를 바꿔 놓는다. 때로는 홍분될 수도 있고 때로는 긴장될 수도 있으며, 때론 즐겁고 때론 공포에 휩싸일 수도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상처를 받는 일을 겪으면 그 상실감이나 우울감의 회복이 빠르다. 본인부터가 자신을 믿고 사랑해주는 것이 그들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인데 이는적잖이 큰 차이이다.

예를 들어 실연을 당한 상황에서 그 누가 아픔 없이 곧바로 이겨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그래, 이미 떠난 사람이고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으로서 그 사람을 사랑했어."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또다시 여기까지야. 나는 사랑과는 거리가 멀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자존감이 낮은 걸 알면서도 고양하거나 회복하려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라며 자신을 포기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아! 하거나 오! 할 만큼 명화한 해답은 없다. 나 같은 사람이 사방팔방에 흔하게 존재하며 지극히 평범한 존재라는 것만 일러주었다. 이상하게도 그게 위로가 됐다. 습관적으로 생각하던 '내가 제일 불행해'라는 모두가 하는 평범한 생각이 됐다. 나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폐쇄적이던 사고가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자존감을 완전히 회복시키는 것이 아닌, 회복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 느껴졌다.

자존감 수업은 사람들의 자존감을 개선 시켜주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요즘 서적의 트렌드는 자존감이다. 정확히는 자존감 향상을 위한 자기계발 서적이다. 동네의 작은 서점을 가던, 도시의 큰 서점을 가던 쉽게 볼 수 있는 주제의 도서이다. 여러 가지 사회주의적 현상으로 쉽게 손상되는 사람들의 자존감으로 개인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음이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들 사이에서 꽤 오래 베스트셀러라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서적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도서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 세 가지를 적어보려 한다.

첫 번째로, 이 책의 작가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라는 점이다. <윤홍균 정신건강의학 의원>의 원장인 저자의 주요 분야는 '자존감'과 '중독'이다. 자존감과 관련된 다양한 서적의 저자는 주로 산문집을 집필하는 작가, 혹은 예술가와 자기 경험을 글 속에 녹여내는 수필작가, 일반 작가 등이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의가 이 책을 펴냈다는 것 자체가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들 사이에서 변별력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윤홍규선생님은 글을 통해 우리를 진찰하고 치료하려는 목적보다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와 본인의 경험담, 또는 본인이 직접 진찰하고 상담했던 환자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본인의 견해까지 함께 담았다. 딱딱하지 않은 문체로 인간으로서의 경험과 전문가로서의 피드백이 어우리져 이로 하여금 독자가 편안하게 자존감 향상을 준비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남에게 보이는 모습 때문에 병원에 방문하길 꺼리는 현대인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작가의 생각이 이런 점을 통해 충분히 전달 됐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이 책의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콘셉트이다. 앞서 이 책은 크게 7가지 파트로 분류된다는 점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여타 다른 책들이 그렇듯 대단원 속에는 몇 가지의 소단원이 존재한다. 그 소단원들이 마무리되는 지점에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한 자아탐구법을 제시하는데 마치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고 이건 여러분의 과제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존감 수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방식이다. 학창시절 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때처럼 때로는 흥미 있고 부드럽게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때로는 단호하고 진지하게 지적하는 모습도보여준다. 독자는 작가가 제시하는 실천방안(과제)을 통해 뒷전으로 스스로에 관한 탐구를 시작하고 되돌아보며 본인을 파악해 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업이 진행되고 과제까지 완료했는데 그에 대한 피드백이 있어야 진정한 수업이고 완성된 콘셉트이지'라는 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답변은 세 번째 이유에서 논하겠다.

세 번째는 각 장의 마무리이며 책의 끝을 알리는 '에필로그(Epilogue)' 의 활용이다. 무엇이든 '끝'이 중요한 시대이다. 업무를 처리할 때도 과정보단 결과가 중요하고 노래를 들을 때도 후렴이 귀에 맴돌며, 심지어는 흥미진진하게 보던 영화도 결말이 어정찡하면 재미없는 영화로 기억에 남듯 말이다. 마무리는 이토록 중요한 요소이다. 이 책은 각 파트의 끝에 그 단원을 마무리 짓는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알맞게 작성된 피드백이 존재한다. 정 신과 전문의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그리고 따끔한 조언 또한 보내준다. 잘하라고, 잘 해내라고 하는 강요적 요소가 아닌 잘 해왔으니 힘들면 내려놔도 괜찮다는 의미로 말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단원이 아닌 이 책을, 이 수업을 마무리 지으며 남긴 마지막 에필로그가 머리에 강하게 울렸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슬픈 사자의 삶(겉으로 보기에는 밀림의 왕이며 용맹한 전사이나 한편으로는 가정을 지키려 고통받는 일이 파다한 모습)'에 빗대어 표현하고 인간이기에 약한 모습을 보여도 괜찮다는 위로를 보낸다. 우리가 세상의 주체이고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말하며 마무리되는 이 에필로그가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또 담아내고 싶었던 의미들이 독자들에게 100% 전달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있어서 이 책이 줄 수 있는 효과에는 조금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업이라는 콘셉트로 독자들에게 한층 더 쉽게 접근하여 자존감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은 만족스러웠지만 이 책은 명확한 해답을 얻고 싶은 독자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져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읽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 될 테지만, 앞으로의 방향에 해 답을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런 자기계발 서적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생각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바쁘게 살아오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나를 알고 싶은 사람, 자존감의 소중함을 깨닫고 싶은 사람이 그 대상이 되길 권장한다. 세상과 싸움, 나 자신과 싸움에서 지지 말자. 고결한 우리는 각자가 이 세상의 중심이며 '유일, 그자체이니까. 이 도서는 그 경쟁을 치르기 위한 준비단계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타인의 관점에서 평가받고 사랑받는 것에 익숙하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주체적이 되어야 한다.